우리 모두의 첫사랑과 만나다.
눈이 오는 하얀 설원 위에서 한 여자가 눈밭에 누워있다가 일어나 옷에 붙은 눈을 털어낸다. 그리고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의 남자 친구 이츠키의 3주기 기일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고향을 방문한 히로코. 이츠키는 산행 중에 조난사고로 갑자기 죽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가 살아 있다고 믿고 싶은 히로코. 어느 날 히로코는 우연히 이츠키의 고향의 집주소를 알게 되고, 그가 거기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운 마음에 이츠키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써서 보낸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지 않는 집주소인 것을 알면서 보낸 그 편지에 이츠키가 답장을 보내게 되고, 히코로는 신기해하면서도 정말 천국에서 온 편지가 아닐지 생각한다. 용기를 내서 그 집 주소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 히코로. 역시 자신이 편지를 보낸 집은 이미 없었지만, 그 동네에 남자 친구 이츠키와 같은 이름의 사람이 살고 있어 자신이 보낸 편지가 그 동명이인의 사람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죽은 남자 친구의 중학교 졸업사진에서 보았던 자신과 똑 닮은 여자가 그동안 자신에게 답장을 보내왔던 이츠키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히로코는 기분이 이상하다. 히로코는 남자 친구인 이츠키의 학창 시절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졌고, 그녀에게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부탁한다. 동명이인의 여자 이츠키도 그녀에게 들려줄 그 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그와의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학교에 찾아가 보게 되고 그곳에서 이츠키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점점 선명해진다. 같은 이름 때문에 출석 부를 때 늘 당황했던 기억, 아무도 빌리지 않는 책의 대여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자랑하던 기억, 중간고사 답안지가 바뀌어 그를 방과 후 까지 기다렸었던 기억, 육상부였던 그가 사고를 당했던 그때 안타까워했던 마음까지 기억이 나면서, 단지 희미한 기억 속에 묻혀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그가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학교 후배들이 가져다준 도서카드 뒷면에 남자 이츠키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을 보게 된 이츠키는 그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이츠키는 학교 선생님에게 그가 몇 년 전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이츠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몸에 고열을 느끼며 아프게 되고 결국 쓰러지고 만다.
같은 시각 히로코는 죽은 남자 친구 이츠키가 조난사고를 당했던 그 산에 찾아간다. 그동안 여자 이츠키에게 받았던 그녀의 편지로부터 죽은 남자 친구 이츠키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만 같은 히로코는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히로코는 자신이 그의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에 자기를 만났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히로코는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 그를 진짜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생애가 있었던 그 산을 바라보며 그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아름다운 영상미로 더욱 돋보이는 영화
내가 어린 시절에 텔레비전만 틀었다 하면 여기저기서 이 영화의 명장면을 패러디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여기저기서 패러디할 만큼 인기 있는 영화라고 알고 있었을 뿐 , 사실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명작은 명작이었다. 이 영화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학창 시절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을 생각나게 해주는 감성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영상미가 너무나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감독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가 연출하는 작품마다 아름다운 영상미로 더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와이 슌지 감독의 다른 영화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이렇게 아련한 감성 가득한 영화를 보고 나니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지는 밤이다. 영화 '나 홀로 집에'와 함께 겨울이면 항상 봐야 하는 영화 러브레터. 이 영화의 감성과 더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는 왠지 눈 오는 날씨에 봐야 할 것 같으니, 겨울이 오면 한번 더 이 영화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