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 속 어느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폴란드에 사는 유태인 블레딕 스필만은 라디오 방송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폭격 소리가 났고, 그날 이후부터 독일군의 폴란드 지배가 시작되었다. 블레딕의 가족은 게토로 이동하게 된다. 부유하여 인맥이 좋은 편이었던 블레딕은 다른 유대인들은 받지 못하는 혜택으로 유대인 경찰직 제안을 받았지만 그것은 같은 유대인들을 괴롭혀야 하는 일이었기에 이들 가족은 그 일을 거절하게 된다. 블레딕의 가족들은 결국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수용소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되지만, 유대인 경찰직을 맡고 있던 그의 친구의 도움으로 블레딕 혼자 수용소로 향하는 열차에서 빠져나오게 되며, 가족과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그 혼자서 게토로 돌아왔지만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도 거의 남지 않았다. 블레딕은 유대인 피아니스트로 일하며 간간히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마저 모두 떠나게 되고 혼자서 숨어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숨어 지내던 건물에서 순찰을 하던 독일 장교에게 발견이 되었지만, 그가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 독일 장교는 그를 죽이지 않고, 그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하고, 그는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독일군의 패전으로 독일 장교는 떠나게 되었고, 떠나기 전 그는 블레딕에게 식량과 옷을 주고 간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후 무사히 살아남은 그는 다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실화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전쟁은 정말 슬프다. 우리나라도 아픈 역사가 있기에 그저 남의 일이라고 감상에만 빠져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가 있기에 무언가 더 슬프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피아노의 선율이 흘러나올 때면 예술적인 음악 영화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잔인하고 폐허가 된 현실의 모습을 보여줄 때에는 그냥 정말 무서운 전쟁영화일 뿐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에 더 마음이 아팠고, 주인공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면 그것은 또 위안이 되었다. 전쟁을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이유도 모른 채 싸우고 죽이는 이런 끔찍한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지만, 지금도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그런 상황들을 모두 겪고 난 뒤 자서전까지 쓴 주인공 블레딕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을지가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기에, 남은 인생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행복하게만 지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나라면 트라우마로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쇼팽의 음악과 함께 더해진 감동
주인공이 방송에서 연주하던 처음의 곡과 마지막 곡은 쇼팽의 Nocturne이다. 주인공은 폭격당하기 전에도 이 곡을 연주하고,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도 그의 집에서 이 곡을 다시 연주하게 되는데 음악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쇼팽의 피아노 곡을 더 많이 듣고 싶게 만들었다. 쇼팽은 자신의 음악 Nocturne에 대하여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했을 만큼 다양한 감정을 이 음악에 녹여냈다고 하며, 이 영화 이후에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더 자주 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인정받은 명작 , 수상이력
영화를 보면 볼수록 내가 주인공이 된 듯 영화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그것은 확실히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러닝타임도 매우 길었는데, 1시간 3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의 영화도 한 번에 이어서 잘 보지 못하는 내가 러닝타임이 2시간이 훨씬 넘는 영화를 보면서도 지루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것은 스스로도 굉장히 놀랐던 일이었다. 실제로 주인공이 이 역할을 맡기 전 배역에 몰입하기 위하여 15kg가 넘는 체중 감량을 하는 등,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의 그런 노력 덕분에 이 영화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수상 이력과 관객 평점이 대단했는데,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작품상, 촬영상, 의상상을 수상하였으며, 제55회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였고, 그 밖에 다른 시상식에서도 여러 수상을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