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다름이 공존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은 만났다. <미술관 옆 동물원> 내용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춘희(심은하)는 결혼식 비디오 촬영기사 일을 하며, 국회의원 보좌관인 인공(안성기)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하고 있다.
소심한 성격에 그동안 짝사랑만 해왔던 춘희는 그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줄도 모르는 자존감이 낮은 소심한 여자이다.
어느 날, 춘희가 혼자 사는 집에 낯선 남자 철수(이성재)가 갑자기 들이닥친다. 군대에서 말년 휴가를 받은 철수는 여자 친구 다혜(송선미)의 집에 찾아간 것이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다혜는 없고 낯선 여자 춘희가 살고 있다. 다혜의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철수는 다혜와 연락이 닿기 위해서라도 그 집에 머물러야 했고, 춘희의 월세를 대신 내주며 군대 말년 휴가 기간인 열흘 동안 춘희와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1990년대라서, 아직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이기 때문에 집 전화로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너무나 다른 두 남녀는 서로 원치 않는 짧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연인과 헤어지게 되었던 철수는 어렵게 그의 여자 친구 다혜와 연락이 닿게 되고, 다혜와 만나는 그 자리에 춘희와 함께 하게 된다. 다혜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고, 비참하게 여자 친구에게 차이는 철수를 보며 춘희는 측은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철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영희를 발견하게 되는데, 영희는 컴퓨터 타자가 너무 느려서 종이와 펜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철수는 그녀를 대신해서 컴퓨터로 타이핑 작업을 해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춘희의 시나리오에 참여하게 된다. 서로의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던 둘은 각자 아픈 사랑의 실제 상대방인 인공과 다혜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함께 쓰게 되고 시나리오 속의 남자 주인공 인공과 여자 주인공 다혜는 현실에서의 춘희와 철수의 캐릭터로 표현하게 되지만, 시나리오 속에서 조차도 계속 어긋나게 된다.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두 사람은 매사에 티격태격하며 지내게 되지만, 하루하루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서서히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춘희는 자신의 이상형과는 너무나 다른 철수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매우 혼란스럽다. 그렇게 시나리오 글은 완성되었지만 자신감이 없었던 춘희가 공모전에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않으려 하자 군대 휴가 복귀를 앞둔 철수가 춘희를 대신해서 시나리오를 제출하고 철수는 그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춘희에게 남기고 몰래 떠난다. 춘희는 철수가 떠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고, 그가 남겨 놓은 편지를 읽으며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춘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곳으로 찾아가는데, 그녀가 찾아간 미술관 옆 동물원이 있는 바로 그곳에 철수가 있었다. 어느새 두 사람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고, 그렇게 둘은 키스를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의 추억의 배우, 영화 설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영화이다. 나는 심은하라는 배우를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최소 10번 이상씩은 봤던 것 같다. 미술관 옆 동물원도 마찬가지로 10번도 넘게 봤던 영화였는데, 예전에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감상 포인트와 지금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가 확연하게 다른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겠지만 확실히 어릴 때 보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당시에는 내용도 자세하게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도, 단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로, 심은하 배우의 얼굴 감상만 하려고 봤었다. 수십 년이 지나고 난 뒤에 다시 보니, 이영화에는 그때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가슴에 와닿는 멋진 대사가 정말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특히 그중에서도 철수가 춘희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시에 대해 말하며, 그녀가 그 시를 아픔으로 이해하게 됐을 때 비로소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 부분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게 와닿았다.
영화는 서로 너무나 다른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더 행복하다고 느껴질까? 나한테는 없는 그 사람의 매력에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어하기 때문에 , 내가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다. 성격으로 보자면 나는 영화 속의 춘희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영화 속 춘희가 나보다 더 깨어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도 나보다 친화력이 훨씬 좋아 보여 대단하지만, 그런 침입자를 무조건 밀어내지 않고 상황을 배려해주고, 그 사람의 아픔을 같이 공감해줄 수 있다니 말이다. 물론 현실이었다면 벌써 경찰서에 신고했을 것인데, 영화였으니 허용되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 영화는 당시 젊은 남녀들의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보여주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은하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봐야 하는 영화 이기도 하다.